너무 제대로 프렌치 어니언 스프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양파와 진한 국물 그리고 부드럽게 녹은 치즈의 조화가 프랑스 겨울 특유의 '뼈를 에이는 추위'까지 날려주는 프렌치 어니언 스프. 금손과는 거리가 멀어도 레시피 보면서 대충 흉내 정도는 낼 줄 아는데, 이 어니언 스프 만들기는 프랑스 생활 23년 동안 성공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양파를 오래 볶아야 한다고 해서 도 닦듯이 인내심도 발휘해봤고, 프랑스 인터넷을 뒤져가며 할머니 버젼, 전통 버젼 등등의 오만 레시피에 모조리 도전해 봤으나 모두 실패.
하지만 찾고야 말았다. 구하기 쉬운 재료만으로 맨날 밖에서 비싸게 사먹어야했던 파리의 까페에서 서빙되는 그 맛 그대로를 재현해 줄 프렌치 어니언 스프 레시피를 !
애정하는 백종원 주부님이 제안한 양파 스프는 맛은 너무 있었지만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서빙되는 갈색 국물이 아니라 아쉬웠는데, 백종원 주부님의 양파 스프를 만들 실력이 있다면 지금 소개하는 프렌치 어니언 스프도 충분히 완성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 수 있도록 수정한 이 버젼은 초 스피드로 완성할 수 있는 레시피는 아니지만, 요리 스킬보다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양파 볶기 과정만 무사히 해낸다면 그 뒤로는 아주 쉬워진다.
재료
4인분 기준
양파 10개
마늘 2개
레드 와인 가득 채운 머그컵으로 한 잔
쓸데없이 고급지게 비싼 와인 낭비하지 말고, 집에 있는 안 마시는 와인이나 저렴이 와인으로 !
가염, 무염 구분 없이 버터 약 50g
치킨 스톡과 비프 스톡 각 큐브형 1개씩 혹은 액상형 한 큰 술씩
액상형보다는 큐브형을 추천하며, 비프 스톡은 있으면 좋지만 아니면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치킨 스톡의 양을 2배 넣어도 무방하다.
일반 밀가루 테이블 스푼으로 3 스푼
슈레드 치즈 반컵
프랑스에서는 담백함과 특유의 치즈향을 겸비한 슈레드 에멘탈(Emmental - 톰과 제리에 나오는 그 구멍 뚫린 치즈)을 주로 사용한다. 에멘탈이 있으면 너무 좋지만, 아니라면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모짜렐라를 써도 무방.
바게트 반 개
물 2 리터
+ 혹시 꼬냑이 있다면 테이블 스푼 세 스푼 정도 넣어주고 없다면 가볍게 패스
조리법
1. 양파는 채썰고 마늘은 적당한 편으로 썰어 준비.
어짜피 스프 안에서 익혀질 예정이라 굳이 예쁘게 자르려는 노력은 안 해도 된다. 이 많은 양파를 썰다보면 금새 눈물 콧물을 흘리게되는데, 향이 강한 향초를 켜놓거나 칼에 물을 뭍혀 썰면 조금 도움이 된다. 직접 테스트는 안해봤지만 양파 썰 때 가스렌지 불을 켜놓으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양파의 휘발성 물질이 불 쪽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2.썰어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양파는 볶다보면 부피가 허무할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와인과 물이 들어갈 것을 감안해 넉넉한 크기의 냄비를 준비한다.
3. 냄비를 중간 불에 올리고 버터를 녹인 후, 마늘과 양파를 넣어 잘 섞어준다. 양파가 투명해지면서 숨이 죽을 때까지 5분 정도 볶는다.
4. 이 레시피의 최고 난이도 스테이지, 중강 불에서 양파 볶기가 시작된다. 아래 부분의 양파가 옅은 갈색으로 변하면, 윗 부분의 양파들이 아래로 갈 수 있도록 섞어가며 뒤집어준다. 바닦에 들러붙은 녀석들은 물을 한 스푼 정도 넣어 나무 주걱으로 박박 긇어준다. 이걸 3분 간격으로 반복한다.
정석은 40분 정도 투자해서 진한 갈색의 캐러멜같은 양파를 얻어내는 걸 최종 목표로 하지만, 인내심의 한계에 부딫혀 20여분 후에 옅음에서 진함으로 넘어가려는 갈색을 띄었을 때 양파 볶기를 그만 둔 적이 있는데 대세에 지장은 없었다 ^^;;
5. 양파 볶기를 끝내면 이제 어려운 건 다 끝낸 셈이다. 아름답게 볶아진 양파에 레드 와인을 붓고 센 불에서 와인 양이 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졸인다. 꼬냑이 있다면 와인을 넣을 때 함께 세 스푼 투척.
6. 와인이 졸아드는 동안 기름을 첨가하지 않은 팬을 중불에 올리고 밀가루를 넣어준다. 나무 주걱으로 아래 위를 섞어준다는 느낌으로 저어주다보면 밀가루의 색깔이 갈색으로 서서히 변한다. 밀가루의 하얀색이 전체적으로 빵가루같은 옅은 갈색이 되면 완성 !
스프를 걸죽하게 만들어주는 밀가루를 이렇게 볶아서 사용하면 은은하게 구수한 맛도 더하고 밀가루가 뭉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저 많은 양파도 다 볶았는데, 기왕 한 거 번거롭다고 넘어가지 말고 밀가루도 꼭 볶아서 쓰자.
7. 물 2리터와 치킨, 비프 스톡과 볶은 밀가루도 넣고 잘 섞어준 다음부터는 중간 불에서 뭉근히 끓이기만 하면 된다. 뚜껑을 열어둔 상태에서 30분 정도 끓이면 드디어 스프 완성이다. 스톡이 들어가서 많이 싱겁지는 않겠지만, 간이 부족하다고 느꺄진다면 조리 중간에 소금을 추가한다. 치킨과 비프 스톡을 반 개씩 더 넣기도 하는데, 특유의 텁텁한 조미료 맛이 나올 수 있으니 먼저 한 개씩만 쓰는 걸 추천한다.
8. 서빙에 앞서 스프 위에 올릴 바게트를 준비할 차례, 바게트 반개를 1 cm 정도 넓이로 슬라이스한 후, 토스터기나 기름기 없는 팬에서 노릇 노릇 구워낸다.
9. 오븐 사용이 가능한 오목한 그릇에 스프를 담고 바게트 조각을 3개를 올린다. 바게트가 덮힐만큼 슈레드 치즈를 뿌려주고 그릴 기능의 오븐에서 치즈가 노릇 노릇 녹을 때까지 가열하면 드디어 프렌치 어니언 스프가 완성된다,
오븐이 없다면 아쉬우나마 전자 렌지에서 치즈를 녹이기만해도 되고, 렌지도 없다면 스프를 담은 후 치르 먼저 뿌려주고 그 위에 구워둔 바게트 빵을 올리고 그냥 먹어도 맛있다.
BON APPET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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