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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알고 보면 더 재밌다

by stanojeka 2020. 11. 20.

2021년 1월1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만날 수 있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주년을 기념해 업그레이된 프렌치 오리지널 버젼으로 소개되는 프렌치 뮤지컬의 대표작 노트르담 드 파리와 원작을 둘러싼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더 알고 보면 그만큼 더 재미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투어 내한 공연 포스터 (출처 : 공식 사이트)  

 

1998년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공개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 엔드라는 쟁쟁한 양대 산맥 앞에서 명함조차 못 내밀던 프렌치 뮤지컬에 화려한 전성기를 가져다준 작품이다.

 

초연 이후 프랑스 국내에서 거둔 엄청난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어 벨기에와 스위스 등의 불어권 나라로 여행하다가 나중에는 월드 스타급으로 전세계를 누비게 된다.

 

한국에서는 2008년 우리말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됬고, 2015년 처음으로 프렌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지난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이번 내한 공연은 초연 20주년을 맞아 의상과 안무 등이 섬세하게 업그레이드된 버젼과 오리지널 프랑스어 노래로 관객들과 만난다.   

 

2020년 11월 19일, 사회적 거리 두기 1,5 단계 격상에 따라 11월24일부터 12월6일까지의 공연은 취소됬다. 

 

뮤지컬, 내한 공연 이야기  

 

대표곡 '대성당의 시간(Le temps des cathedrales)'과 '아름답다(Belle)'는 90년대 말, 프랑스 어디서든 말 그대로 귀에 못이 밖히도록 들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뮤지컬에 관심도 조예도 없는 사람들조차도 도입부 나와도 이 두 곡을 알아들을 정도. 덕분에 초연 버전에 출연했던 카지모도 역할의 갸루(Garou)와 페뷔스 역 패트릭 피오리(Patrick Fiori)는 아이돌 급의 스타로 거듭났다. 에스메랄다는 당시 한창 주가를 올려가던 여가수 엘렌 세가라(Helene Segara)가, 프롤로 역할은 무대 위에서 폭팔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던 중견 가수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가 맡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원조 프롤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부주교), 다니엘 라부아를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무대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 참고로 '라부아(Lavoie)는 스펠링은 달라도 프랑스어로 '목소리'를 뜻하는 '라 부아 (La voix)'와 발음이 똑같다. 미친 가창력을 보유한 이 뮤지컬 배우에게 더 없이 잘 어울리는 이름인 셈.

 

내용과 노래 가사를 통달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마니아가 아니라면, 자막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프랑스어 버젼인만큼, 관람 전에 시놉시스를 미리 읽고 가는게 좋다. 노래와 춤, 무대미술이 어우러진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무대에 집중할 시간을 자막 읽는데 투자하지 말자. 

 

노래와 대사가 연결되는 그래서 가끔은 뜬금없는 트렌지션이 당황스럽게 느껴지는 뮤지컬이 아니라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지는 성 쓰루 (Sung through) 포멧이다. 덕분에 오페라같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시놉시스를 포함한 이번 내한 공연 일정 등의 자세한 정보는 여기서 확인 !     

 

 

원작 이야기

 

Notre Dame de Paris Victor Hugo Manuscrit 1

원작 '파리의 노트르담' 초본의 첫 페이지 (출처 : Wikimedia commons)  

 

 

이미 알려진대로 빅토르 위고가 1831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노트르담 드 파리, 파리의 노트르담)을 뮤지컬화 한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더 익숙한 '노트르담의 꼽추'라는 이름은 디즈니 애니 때문이 아니라 훨씬 이전에 영어 타이틀이 번역되서 우리나라에 다시 들어온 것. 

 

노트르담이라는 이름을 있는 그대로 직역하면 Notre '우리들의' Dame '여인'이 되는데, 불어 어감상 이렇게 액면가 그대로 이해되는 경우는 없다. 이 '여인'은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니, 우리말로는 '성모 대성당'으로 부를 수 있겠다.

 

2019년 화재 이전의 노트르담 성당 

 

에펠탑과 함께 파리의 랜드 마크로 통하는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 혁명 이후 버려진 채로 철거될 뻔 했다. 문학 작품을 통해 없어질 뻔 한 이 성당을 되살리고자 했던 빅토르 위고의 바램은 소설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제목부터 아예 성당 이름으로 지었고, 그 엄청난 문장력으로 성당 외곽과 내부에 대한 묘사까지 소설 곳곳에 해둬서 꼭 직접 가보고 싶게 만드니까. 원작 소설에서도 노트르담 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2019년 또 다시 발생한 화재는 저 세상의 빅토르 위고조차 슬프게 만들었을 것임을 확신한다.    

 

레미제라블과 더불어 자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다보니, 프랑스에서는 카지모도와 에스메랄다를 포함한 등장 인물의 이름이 명사처럼 쓰이기도 한다. 

 

단순하게는 '미모의 여성을 둘러싼 비극적인 삼각관계 치정극'이라고 요약될 수 있을 내용이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빅토르 위고가 그런 막장드라마같은 소설을 썼을리가 주인공들을 통해 1789년의 대혁명 이후 다시 군주국이 된 프랑스에서의 지배 계층과 민중들의 갈등 그리고 민중 스스로의 자각을 심도있게 다룬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개인의 삶과 사회의 충돌을 다루는 또 하나의 작품인 셈.    

 

'파리의 노트르담'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은 그 당시, 역사 소설 장르가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고. 특히 중세 시대는 스테이크를 연상케하는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을 포함한 동시대 작가들도 본인 작품들의 배경으로 즐겨 삼았을만큼 '핫'했다고 한다. 샤토브리앙 스테이크는 이 작가의 개인 세프가 발명한 레서피라 그렇게 불린다는 설이 있다  

 

악역으로 묘사된 성직자를 포함해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담겨있다. 덕분에 빅토르 위고의 모든 작품들을 한동안 바티칸의 금지 도서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극중에서 음유 시인으로 등장하는 그랭구와르는 실존했던 동명의 시인에서 영감받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이름이 지금까지 기억되는 건 소설 덕분이고, 프랑스인들 중에서도 그랭구와르가 실존 인물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 사실 아예 모르는 건 아닐테고, 어릴 때 학교에서 억지로 읽었던 고전 문학이라 이런 사소한 디테일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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