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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먹거리 etc

산펠레그리노 VS 페리에 유럽 탄산수 대결 + 유럽의 신박한 탄산수 활용법, 효능?

by stanojeka 2021. 1. 27.

이탈리아에서 온 탄산수 산펠레그리노, 프랑스 대표 탄산수 페리에, 일명 '까스 물' 탄산수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면 둘 다 섭섭하다 ! 

탄산수 : 탄산 음료의 맹물 버전 ? 효능 ? 

지하수에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서 생겨난 천연 탄산 광천수(말 그대로 광천에서 솟아나는 물)이거나, 천연 탄산가스를 추출해 정제수 혹은 무탄산 광천수에 첨가했거나, 이산화탄소를 정제수에 더한 물.

우리에게는 탄산 음료보다 더 늦게 알려졌기 때문에 '탄산음료의 물 버전'이라는 표현이 익숙하게 들리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탄산음료를 '설탕과 감미료를 더한 탄산수'라고 부르는 게 맞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파는 격으로 석회질만 가득한 후진 수질을 자랑하는 유럽에서는 한동안 일반 물보다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졌던 천연 탄산수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오래전부터 연구하기 시작했으니까. 18세기, 스웨덴에서 처음으로 천연 탄산수의 독특한 맛이 그 속에 들어있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천연 버전과 매우 흡사한 탄산을 주입한 물을 만들 수 있는 포뮬러도 최초로 개발됐다. 이후 영국에서도 탄산수 제조법이 발명됐는데 덕분에 갑부가 된 사람은 바로 탄산음료 브랜드 슈웹스(Schweppes)의 창립자 요한 자콥 슈웹(Johann Jakob Schweppe)이다.   

탄산수가 소화 기능을 돕는다든지, 가스가 주는 포만감으로 다이어트에도 좋고 구토 증상도 멈추게 한다거나하는 식으로 탄산수의 '효능'에 관한 설들이 많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팩트는 없다. 다만 당분이 가득한 탄산 음료보다는 탄산수가 몸에 좋은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위에 가스를 차게 할 수 있어서 운동 전이나 중에는 마시지 않는 게 좋다는 게 정설이다.  

산펠레그리 (S. Pellegrino) 

초록색 병과 빨간 별을 시그니쳐로 가진 대표적인 이탈리아 탄산수 브랜드.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Bergamo) 근방에 자리한 산 펠레그리노 온천 마을을 수원지로 두고 있다. 16세기 초, 이 지역을 여행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산 펠레그리노의 물을 '기적의 물'이라고 칭하며 성분을 분석하기도 했다는 전설이 남아있을 정도로 고퀄의 물을 자랑하는 동네다. 이탈리아령 알프스를 거쳐 지하 암반을 지나는 동안 천연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게된 맑은 광천수에 천연 광산에서 얻어낸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탄산수.  

1899년에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했고 론칭 9년 후부터 이미 유럽 국가들에 수출되기 시작했다. 1930년대에 처음 나온 오렌지 맛을 시작으로 다양한 과일향을 입힌 버전이 소개되는 중. 1997년부터 네슬레 그룹에 속해있다.

고급이라기보다는 이탈리아 탄산수하면 바로 떠오르는 친근한 이름이지만 신진 요리사를 위한 아카데미를 포함한 세프들을 위한 다양한 스폰서 활동을 하면서 전문적인 이미지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페리에 (Perrier)

남프랑스에 자리한 소도시 베르제즈(Vergèze)에서 태어난 탄산수 브랜드. 약 2 억 년전, 화산에서 생기는 천연가스와 빗물이 만나 이룬 베르제즈 온천을 수원지를 두고 있다.

프랑스의 '국민 탄산수'라고 불려도 좋을 만한 존재지만 브랜드 자체는 영국 사람이 만들었다. 20세기 초, 베르제즈 온천 소유권을 인수한 영국인 존 함스워드(Sr. John Harmsworth)경이 온천 사업은 접고 대신 당시 영국에서 핫했던 무알콜 음료 사업에 온천 개발을 위해 노력했던 전 소유권자 루이 페리에의 이름으로 뛰어든 것이 탄산수 페리에의 시작. 특유의 병 모양은 존 함스워스가 교통사고 이후 재활 치료용으로 활용하던 나무 곤봉 '인디언 클럽'에서 따왔다는 전설이 있다.

1940년대 프랑스 기업가들에 의해 다시 인수되어 전세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면서 잘 나가다가 1990년, 탄산 속에서 발암 물질 벤젠이 검출되면서 '폭망'할 뻔한 위기를 맞았고 이후 네슬레 그룹에 합병됐다. 결국 산펠레그리노나 페리에나 스위스 기업 소속  벤젠 검출은 천연 탄산 속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필터 교체가 늦어진 단순한 실수에서 생겨났던 일이였음이 밝혀지면서 이미지 타격은 그나마 빨리 회복될 수 있었다.  

'생수계의 샴페인'을 표방하고 이미지도 쿨한 편이지만 프랑스 물이 워낙 석회질 부자인데다가 페리에 온천이 지하의 석회석을 거쳐온 탓에 텁텁한 기운을 입안에 남긴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유럽인들의 탄산수 활용법

탄산수를 넣어 맛있는 물김치를 만드는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 사람들도 요리할 때 탄산수를 활용한다. 

- 샐러드를 만들기 전에 초록색 채소들을 탄산수에 잠깐 담가두면 탄산수의 탄산수소염(bicarbonate)이 채소의 초록 색소 클로로필 (chlorophyll)을 자극해 초록초록한 색깔을 더욱 쨍하게 만들어 준다. 
- 계란 하나당 테이블 스푼 1 개 분량의 탄산수를 넣어 섞어주면 보드라운 식감의 오믈렛을 완성할 수 있다. 
- 고기류는 반나절, 해산물은 1시간 정도 탄산수에 담가두면 탄산수소염이 고기와 해산물의 콜라겐 조직을 연하게 하는 만들어서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을 연출해준다. 
- 단단하게 입을 다문 생굴이나 조개류 역시 탄산수에 잠깐 담갔다가 꺼내면 비교적 쉽게 열 수 있다. 
- 튀김옷을 탄산수로 만들면 훨씬 바삭바삭해진다는 건 한국에서나 유럽에서나 그저 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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