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 가방 진성 팬들이 모인 사이트 Purseblog에는 아예 파리 에르메스 쇼핑에 관한 섹션이 따로 있다. 가방 하나 가지고 이럴 일인가 싶으면서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가지고 싶은 마음이 한번 들면 꼭 해결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영어 공부도 할 겸, 이 곳을 방문해 다양한 팁을 얻어가는 것도 좋다.
그럼 지난 포스팅에 이은 에르메스 가방 구입 시리즈 실전 파트 2 !
약속 당일 2
위 캡쳐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당일 아침, 확인 문자가 한번 더 온다. 전날 저녁에 받았던 링크는 당일 오전 11시 정도 이후부터 업데이트 되는 듯. 이 링크를 수시로 확인해서 약속 시간 변경 여부를 확인하자.
혹시 약속 시간이 계속 앞으로 당겨진다면 그날 매장에 있는 제품이 많이 없어서 전 약속들이 빨리 끝나기 때문이라, 좋은 신호는 아니라는 설이 있는데 Purseforum 을 열심히 읽어본 결과 케바케인 것 같다.
또 내 경우처럼 오히려 약속이 계속 뒤로 밀려서 매장 마감을 몇 십분 안 남기고 잡히는 경우도 있다. 셀러와 마주한 시점부터 가방과 트윌리같은 악세서리를 구입한다면 약속이 1시간 정도 소요되기도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모자랄까봐 걱정이라면, 그 걱정은 잊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매장이 끝난 6시30분을 넘겨 계산하고 나왔으니까. 이렇게 오후 늦게 약속이 잡히면 오전에 물량이 다 빠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버킨이나 켈리님을 만날 확률도 줄어든다는 가설이 있는데, 내 경우에는 확실히 아니였다.
파트 1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간이 너무 떠서 그냥 매장에서 기다리는 셈 치고 1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매장에 도착하면 일단 레더 데스트에서 내가 왔음을 알리자. 생토노레 매장 기준, 레더 데스크는 스카프 섹션을 왼편에 두면 바로 보이는 계단 뒷편에 자리해 있다. 컨펌 메일을 보여달라거나 하지는 않고 이름만 확인하니 여권은 꼭 챙겨가시길.
레더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마치면 담당 셀러가 배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길면 1시간씩도 대기한다고 하는데, 나는 미뤄진 약속 시간에서 거의 1시간이나 일찍 같음에도 5분도 안되서 셀러를 만났다. 위 캡쳐본에서 보는 것처럼 셀러가 배정되면 다시 한번 문자가 온다.
드디어 진짜 실전
배정된 셀러와 레더 어포인트먼트가 진행되는 2층으로 이동해서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는다.
셀러들 중에는 안부 인사도 묻고 파리가 처음이냐는 둥의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이들도,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무슨 가방을 보고 싶냐고 묻는 경우도 있는데, 그날의 셀러 언니는 후자였다. 바로 1순위 버킨 35, 블랙 컬러, 골드 하드웨어 선호 하지만 실버도 OK, 2순위로 진한 컬러의 버킨 30을 말했다 : 이것도 낭설인지는 모르나, 에르메스 셀러들은 브랜드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가방을 더 쉽게 내준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다양한 에르메스 컬러 이름에 대한 정보가 많으니, 불어 이름이라 외우기 힘들더라도 정말 원하는 컬러 이름 몇 개 정도는 외워서 가는 게 좋다.
내가 말한 내용을 노트하며 말 없이 듣던 셀러 언니는 커피 한잔을 권하고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렇게 사라진 셀러들이 정말 뭐를 하는지는 알려진 바는 전혀 없으나 많은 이들의 추정으로는 창고에 내려가서 디렉터급의 컨펌을 받아
1. 손님이 원하는 가방을 내주거나
2. 비슷한 스펙의 다른 가방을 주거나
3. 가든 파티나 에블린 같은 엔트리급 가방을 보여주거나
4. 그냥 빈손으로 나오는 거란다.
도대체 어떤 기준에서 누구에게는 버킨, 켈리를 쉽게 내주고 누구에게는 엔트리 가방도 안 보여주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다. 정말 그날 남겨진 가방이 하나도 없거나, 아니면 그냥 셀러와의 합이 안 맞았을 수도 있다. 전적으로 운에 달린 문제이니 혹시 원하는 가방을 못 받았더라도 절대로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는 말자.
사라진 셀러가 얼마 정도 후에 돌아오느냐 역시 중요한 신호라는 말이 있다. 혹시 5분도 안 되서 '오늘은 가방이 아무것도 없다'며 빈손으로 돌아왔다면 스톡 상황 체크도 안 하고 그냥 돌려보내려는 뜻이라는 것. 하지만 에르메스 본사에서는 이 모든 과정을 철저히 베일에 가려두고 있으니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내 경우에는 셀러 언니가 20분 정도 후에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 경우, 정말 모 아니면 도다. 어떤 이유에서든 나에게 보여줄 가방이 하나도 없거나, 아니면 버킨과 켈리, 콘스탄스 중 하나의 가방을 만나게 되었다는 뜻 : 가장 찾는 사람이 많은 이 세 모델은 사방에 오픈 되어있는 레더 어포인트먼트 데스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일명 '비밀의 방'에서만 보여준다.
두둥 ! 남은 가방이 없다고 할 줄 알았는데 셀러 언니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
말로만 듣던 이 '비밀의 방'은 켈리, 버킨, 콘스탄스 보여주는 용으로 따로 만들어진 공간인가 했는데 내 경우엔 같은 층에 있는 피팅 룸으로 안내됬다. 내부로 들어가니 그때까지 절대 웃지 않던 셀러 언니가 환한 얼굴로 '오늘은 너의 럭키 데이 !'라고 말하며 테이블에 올려진 오렌지 박스를 열었다. 박스 사이즈로 이미 버킨 35 사이즈 님이라는 걸 알았는데 심지어 딱 블랙 컬러였다. 선호한다했던 골드 하드웨어가 아닌 은장이였지만 그래도 스카프 한 두개 정도의 부실한 실적으로 버킨백을 모셨다. 물론, 35 사이즈는 버킨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모델이라 상대적으로 더 쉬웠을 수도 있다.
구입팁이라고 대단한 걸 알려드리고 싶은데, 주절주절 적어놓고 보니 딱히 그런 게 없는 것 같아 지금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여튼 파리에서는 이렇게 많은 실적 없이도 첫 가방으로 버킨이나 켈리를 받는 행운도 존재한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가방 구입에 성공하셨다면, 파리는 한국에 비해 치안이 훨씬 안 좋다는 점을 기억하시길. 오렌지 봉투를 그대로 들고 나오지 말고, 아무런 로고가 없는 하얀 백에 넣어달라고 하는 건 기본에, 웬만하면 호텔로 딜리버리 해달라고 하시길 강추한다. 딜리버리 서비스는 당연히 무료로 제공하니 꼭 부담없이 애용하자. 혹시 에어비엔비에 머문다면, 큼지막한 명품 브랜드 쇼핑백 하루 종일 들고 다니지 말고 일단 가방님부터 숙소에 모셔두고 다시 나오는게 좋다.
에르메스 버킨백 파리 현지 가격
가방을 구입했던 2023년, 토고 가죽 기준 아래와 같았으며
버킨 25 : 8050유로 / 버킨 30 : 8900 유로 / 버킨 35 : 9850 유로
2024년에는 더 올라버리셨다.
버킨 25 : 8600유로 / 버킨 30 : 9400 유로 / 버킨 35 : 10200 유로
프랑스 포함 유럽 연합 거주자가 아니라면 여기에 10%의 택스 프리를 받을 수 있다.
에르메스 버킨백 35 사이즈 간단 후기
워낙 큰 가방을 좋아해서, 그리고 버킨백을 탄생하게 해준 제인 버킨이 간지나게 들고 다니던 다 낡은 버킨 35가 멋져보여서 이걸로 샀고, 아주 만족은 하지만 생각보다 더 크고 아주 무겁다. 종일 들고 다녀야 하는 날에 들고 나가면 팔 떨어진다. 그리고 제인 버킨처럼 휘뚜루 막뚜루 쿨하게 들고 다니려 했으나, 후덜덜한 가격 때문에 거의 모시고 다니게 된다. 벌어 먹고 사는 나같은 사람에겐 지나치게 럭셔리한 분이였다.
그럼 파리 에르메스 매장에서 가방 사기에 도전하시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있길 바라며 ! 다음에는 워크인 약속에 대한 리뷰를 해보겠다.
파트 1
https://fastuces.tistory.com/249
에르메스 파리 : 파리에서 에르메스 가방 사는 법 (feat : 버킨백) / 파트 1
전편에서 본 에르메스 파리 본점에서 약속 잡는 법을 잘 수행하고 약속을 컨펌 받았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 개인적으로 정말 운이 너무나 좋게도 2023년, 온라인으로 잡은 약속을 통해 거의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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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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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파리 예약하는 법 (레더 제품 약속) 2024년 업데이트, 팁
버킨백과 켈리백. 돈이 있어도 아무나 못 산다는 그 가방님들.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는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이 아니면 담당 셀러에게 커미션이 주어지는 홈 컬렉션 등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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