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생크림, 버터. 도저히 안 맛있을 수가 없는 이 환상의 트리오가 연출하는 프랑스 가정식 그라탕 도피누아. 크림과 버터를 잔뜩 먹은 덕분에 입에서 살살 녹는 맛있는 프렌치 감자 그라탕을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 !
그라탕 도피누아 (gratin dauphinois)
얇게 썬 감자를 켜켜이 올린 후 크림과 버터를 넣고 오븐에서 구워내는 그라탕. 알프스와 가까운 프랑스 동남부 지방의 옛날식 이름 '도피네(dauphiné)' 방식의 그라탕이라는 뜻이며 '뽐 드 테르 아 라 도피누아즈(pommes de terre à la dauphinoise, 도피네식 감자)'라고도 불린다.
감자, 생크림, 버터라는 간소한 재료들을 활용한 요리다보니 언제 생겨났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 하지만 이 심플한 감자 그라탕에게 정식 이름이 주어진 날짜는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도피네 지방의 한 귀족이 자신의 저택에서 주관한 만찬에서 사이드 디쉬로 '그라탕 도피누아'를 소개한 것은 1789년 7월 12일. 프랑스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도화선이 터진 날이라 프랑스인들에게는 굉장히 인상적인 날짜로 각인된다.
집밥 메뉴 뿐 아니라 캐주얼한 까페에서든 고가 레스토랑에서든, 스테이크를 시키면 자주 같이 등장한다. 다만 메인 요리도 아니면서 이것만 먹어도 이미 배가 부를 정도로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소스와 함께 서빙되는 리치한 스테이크에 곁들일 때는 소량만 예쁘게 담아내거나 닭가슴살 같은 가벼운 메인을 함께 서빙하는 것을 추천한다.
초간단 그라탕 도피누아 만들기
재료
넉넉하게 서빙할 수 있는 2인분 기준
감자 약 500 g
알이 너무 크지 않고 육질이 부드러운 녀석들로 !
마늘 한쪽
무염, 가염 상관없이 버터 약 30 g + 오븐용 접시에 바르는 용 소량
우유 종이컵 기준 한컵 반 분량
생크림 150 ml
소금, 후추 약간씩
클래식한 버전에는 치즈가 들어가지 않아서 더 담백한 맛이 난다. 원한다면 슈레드 치즈를 추가해도 좋지만 대신 안 그래도 무거운 이 감자 그라탕이 더 리치해지는 건 함정 !
만들기
1. 감자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은 후 얇게 잘라준다.
그라탕 도피누아의 부드러운 질감을 만드는데 크게 한 몫하는 전분이 빠지지 않도록 자른 후에는 절대로 다시 헹구지 말 것 !
2. 넉넉한 냄비에 분량의 우유와 잘게 편으로 자른 마늘 한쪽,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어주고 약불에서 끓인다.
우유를 끓일 때는 냄비를 물에 한번 헹군 후 떨어지는 물기만 제거하고 사용할 것. 물이 냄비 표면을 코팅하듯이 감싸면서 우유가 들러붙는 것을 막아준다.
3. 끓기 시작하면 잘라둔 감자를 넣고 우유가 감자에 스며들면서 부드러운 질감으로 변할 정도로 약불에서 약 10분간 끓인다.
어짜피 오븐에서 굽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설익은 것처럼 보여도 걱정 노노.
4. 오븐은 180도로 예열해두고, 준비된 감자를 채에 걸러 우유는 과감히 버리고 미리 버터를 발라둔 넓은 오븐용 그릇에 반 만 층층이 올린다.
5. 감자 1층에 위에 생크림을 반만 골고루 뿌려준다.
6. 그 위로 남은 감자로 2층을 올리고
7. 남은 크림과 잘게 자른 버터를 군데군데 뿌려준다. 치즈를 넣고 싶다면 이때 크림 위로 올리도록 !
넓은 그릇을 사용해 층을 얕게 쌓아야 크림이 아래쪽으로만 몰리고 윗부분의 감자 표면은 상대적으로 마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8. 180도에 맞춰진 오븐에 넣고 45 - 1시간 가량 구워내면 완성 ! 오븐 용기보다 깊고 좁은 그릇에 층층으로 담아서 건파슬리를 살짝 뿌린 후 서빙하면 좋다.
그라탕 도피누아를 메인으로 즐기고 싶다면 버터를 두른 팬에서 살짝 구워낸 얇게 링썰기한 대파와 흰 생선살을 먼저 깔고 그 위에 감자층을 쌓아 올리면 된다. 이 경우에는 크림과 후추를 훨씬 넉넉히 넣어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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