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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주류

프랑스에서 온 상큼한 사과 스파클링 와인 시드르 (애플 사이더), 종류, 마시는 법, 잔, 브랜드 (레돔, 쎄시)

by stanojeka 2020. 12. 31.

사과맛 나는 샴페인 같기도 하고 사과 주스에 약간의 술맛과 탄산을 넣은 것 같기도 한 달콤한 애플 시드르, 누구냐 너 ? 

시드르 (cidre)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스파클링 와인. 와인보다 알콜 도수는 낮고 달달하며 일반적으로 입안에서 느껴지는 탄산 알갱이의 크기가 아담하다고 느껴질 만큼 탄산의 강도는 약한 편이다. 

주변에서 자라는 과일을 발효 시킨 술을 만들어 마신 건 포도주만 봐도 그렇지만 말 그대로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에덴동산에도 나있던 나무인만큼 사과 발효주 역시 그 역사가 정말 오래된 건 물론. '발효된 음료'를 칭하던 고대 그리스어 '시케라(sikera)'가 로마 시대 때 '시세라(sicera)'로 변형되어 이어진 것이 프랑스어 '시드르'의 어원이며 영어권에서는 '사이더(cider)'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친숙한 그 사이다 아님.

프랑스에서는 사과 증류주 칼바도스와 함께 노르망디에서 16세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유제품 브랜드 '페이장 부르통'의 고향 브르타뉴 지방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노르망디와 브르타뉴산 시드르는 영국이나 스페인에서 마시는 시드르보다 훨씬 달달한 편. 지금은 프랑스 마트에서 와인 섹션도 아니고 주스와 맥주 중간 쯤에 낑겨서 판매되는, '고급'과는 거리가 먼 친근한 존재지만 16세기에는 지주들만 마실 수 있는 상당히 럭셔리한 음료였다.

발효되면서 알콜 함량을 높이는 달달한 사과, 새콤 상콤한 맛을 내는 신맛 나는 사과와 시드르에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는 씁쓸한 맛이 나는 사과 세 종을 블랜딩해서 만들며, 650 리터의 시드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사과가 무려 1톤이나 필요하다.

수확된 사과는 분류>세척>껍찔과 씨까지 분쇄 > 착즙을 거쳐 즙 형태로 이스트와 함께 발효된다. 이 과정에서 사과 속의 천연 당분이 기포를 생성하게 되며 숙성 기간은 짧게는 5일에서 몇 주로 다른 과일주보다 짧은 편. 병입 후 2차 발효 과정을 거치는 시드르도 많다. 

시드르 종류 & 마시는 법 

당도, 알콜 도수, 제조 방식에 따라 아래와 같이 크게 나뉜다. 탄산주의 특성상 오래 보관하기는 힘들고 어떤 종류든 차갑게 마실 것 ! 

Cidre doux (시드르 두) : 알콜 도수 3% 이하. 술을 살짝 탄 듯한 탄산 사과 주스 같은 맛이다. 알콜 감도 거의 없고 달달하니 디저트와 함께 마시면 좋다. 사과로 만든 디저트라면 더더욱 굿 !  

Cidre demi sec (시드르 드미 섹) : 알콜 도수 약 3 - 5 %로 너무 달지도 강하지도 않은 적당한 옵션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닌 게 흠. 닭고기나 해산물 요리와의 합이 좋다.  

Cidre brut (시드르 브뤼) : 알콜 도수 5 % 이상, 대부분 6,5 % 를 넘지 않는다. 시드르 두에 비하면 당도는 낮고 술맛은 강하다. 메일 가루로 만든 크레페 요리 '갈레트(galette)'는 물론 초콜렛 베이스 디저트에 잘 어울린다.  

Cider fermier (시드르 페르미에) : 농장에서 만들어진 시드르. 

© vin on the move via Flickr

시드르 잔

프랑스에서는 우아한 와인잔 대신 '볼레(bolée)'라고 불리는 흙으로 빗은 투박한 밥공기같은 잔에 따라 마신다. 노르망디나 브르타뉴의 기념품 가게에 가면 지방색이 강한 그림이 그려진 다양한 모델을 생긴 것 만큼이나 친근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손잡이가 달린 버전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 !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볼레가 시드르의 향을 더욱 극대화해준다거나하는 등의 특별한 기능을 하는 건 전혀 아니란다. 더 전통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데코레이숑'일 뿐이라는 사실은 시드르 생산자들도 인정한 부분이니, 와인이나 샴페인용 글라스나 아니면 더 캐주얼하게 일반 컵을 사용해서 편하게 즐겨보시길 !  

사진 출처 : 레돔 공식 까페 http://lavande65.cafe24.com/ 캡쳐

시드르 브랜드

쎄시 (Sassy) : 노르망디 지방에서 첨가물을 하나도 넣지 않고 생산되는 100% 천연 크래프트 시드르. 대부분의 시드르들이 전통적인 이미지를 밀고 있는데 비해 쎄시는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승부하며 시드르 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온 존재로 통한다. 생긴 건 이렇게 모던해도 노르망디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샤또를 둔 쎄시 패밀리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알랭 뒤카스나 조엘 로블로숑같은 저명한 미셀린 스타 세프들의 인정을 받은 고퀄 시드르를 선보인다. 가장 기본적인 애플 시드르는 물론 베리류를 함께 넣은 로제 시드르, 배로 만든 시드르 등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레돔 (Les Dom) : 한국에 정착한 프랑스 농부가 작가 출신의 한국인 부인과 함께 충주에서 만드는 한국산 내추럴 시드르. 아직 프랑스까지 진출하지 않은 탓에 직접 맛보지는 못 했지만 한국 사과를 정성스럽게 발효시켜 만든 시드르라니, 꼭 한번 마셔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시드르 뿐 아니라 역시 국산 사과를 활용해 만든 내추럴 스파클링 와인을 제안하며 사과 그림과 귀여운 일러스트로 꾸며진 라벨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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