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주류

그라파(Grappa) 마시는 법 : 이탈리아산 전통의 포도 증류주

by stanojeka 2021. 1. 5.
반응형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부산물로 만들어졌지만 와인보다 훨씬 화끈한 술 그라파, 부어라 마셔라 신나게 즐기다가는 바로 골로 갈 만큼 센 알콜 도수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전통주를 만나보자 ! 

© no_typographic_man via Flickr

그라파 (Grappa)

와인 만들기의 시작은 포도즙을 짜내는 일.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포도 껍질과 씨, 소량의 즙이 남게되는데 그라파는 이 '찌꺼기'들을 모아서 제작한 '가난한 자들의 블랜디'로 태어났다. 포도의 부산물을 가열해서 속에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한 후 섬세한 향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가운데 부분만 숙성시켜서 만든 증류주로 포도 찌꺼기를 의미하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방언 라파(rappa), 그라파(grapa)에서 나온 이름을 가졌다. 알콜 도수는 무려 최소 38,5도 이상 ! 

이탈리아와 이탈리아권 스위스, 산 마리노 공화국에서 재배된 포도로 현지에서만 만들어지며, 와인보다 저렴한 술로 시작됬지만 그렇다고 와이너리의 쓰레기통을 뒤져서 아무렇게나 만드는 건 절대 아니다. 공정이 모던화되면서 숙성시키는 통을 오크나 아카시아 같은 나무로 만들어 독특한 풍미를 강화한 그라파도 생겨났고, 훌륭한 품종의 포도 부산물로 제작하거나 와인을 증류해서 오래 숙성한 고급 그라파가 있는가 하면 아예 그라파용 포도를 따로 재배하는 경우도 흔하다. 

와인을 '재활용'한 술이지만 와인과는 전혀 다른 컬러와 향을 가졌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그라파의 물처럼 투명한 컬러는 숙성이 오래될 수록 황금빛을 띠며 포도 껍질 특유의 향부터 아몬드, 갓 구워낸 빵을 오가는 다양한 아로마가 담겨있다. 워낙 독하다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꼭 맛봐도 좋은 술인 것은 분명하다 !     

그라파 종류, 주요 생산지 

Grappa giovanne  : 증류 후 곧바로 병입된 투명한 그라파. 부드러운 향과 드라이한 맛이 난다. 
Grappa invecchiata : 나무 통에서 12개월 이상 숙성. 숙성 기간과 사용된 나무 타입에 따라 호박색부터 골드를 넘나드는 진한 브라운 계열 색깔과 독특한 향을 얻게 된다.   
Grappa Riserva : 숙성 12 - 18개월. 
Grappa Stravecchia : 숙성 18개월 이상. 
Grappa aromatica : 민트나 세이지같은 허브를 첨가한 그라파. 
Grappa di monovitigno : 85 % 이상이 단일 품종으로 이루어진 포도 부산물로 만든 그라파.  

와인 부산물로 만드는 술이다 보니 유명 와인 생산지에서 함께 증류되는 것은 당연한 일.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 국경 지대에 자리한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Venezia-Giulia) 주와 베네치아, 모스카토 와인의 고장 피아몬테 지방은 전통의 그라파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 키안티가 생산되는 토스카나에서도 마니아층이 즐겨 찾는 고퀄 그라파가 나온다.   

그라파용 잔 

플루트라고 불리는 샴페인 잔보다 아래 부분이 후덕한 뚱뚱한 튤립을 닮은 그라파 글라스는 알콜에서 나오는 미세한 증기가 공기와 접촉하면서 부드럽게 산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강한 알콜감 속에 감춰진 그라파 특유의 향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런 모양의 잔이 따로 없다면 꼬냑용 잔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그라파 파시는 법 

투명한 컬러의 '젊은' 그라파는 10-12 도 정도의 온도, 노란기를 가진 숙성된 그라파는 16도 정도로 서빙해야 고유의 맛이 잘 살아난다고 알려져 있다. 기름진 식사를 하고 난 후 그라파를 한 잔 마시고 나면 확실히 개운한 감이 드는 덕분에 대부분 식후주로 즐기지만 헤밍웨이의 소설 속에서처럼 너무 크리미하지 않은 디저트를 동반해도 좋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를 마치고 진한 엑스프레소에 소량의 그라파를 탄 '까페 코레토(caffè correto)' 한잔을 즐기거나 엑스프레소를 먼저 마신 후 빈 잔에 그라파를 부어서 독특하게 마시기도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