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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주류

그랑 마니에르 (그랑 마르니에/ Grand Marnier), 오렌지 리큐어 활용법, 가격대, 마시는 법

by stanojeka 2021. 1. 15.

꼬냑에 씁쓸한 오렌지를 더한 프랑스의 유서 깊은 리큐르 그랑 마니에르 / 마르니에, 베이킹 레시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이름 뒤에 어떤 술이 숨어있는지 알아보자 !

그랑 마니에르 ? 그랑 마르니에 ? 마니엘? 

그랑 마니에르 혹은 그랑 마르니에. 우리나라에서 이 두 가지의 이름이 혼용되는 건 다 지나치게 어려운 프랑스 발음 잘못이다. 본토식으로는 프랑스어 특유의 흐 ~ 같은 소리를 내는 'r' 때문에  '그항 마흐니에' 비슷하게 되니 그나마 '그랑 마르니에'가 좀 더 가깝지만, 그랑 마니에르나 마르니에나 입아 잘 안 붙는 건 매한가지라, 이 포스팅에서는 그냥 그랑 마니에르라고 부르는 걸로 !

베르사이유 궁전 근처에 자리한 그랑 마니에르 본사 © Henry Salomé,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그랑 마니에르 (Grand Marnier)

오렌지 베이스 리큐어를 통칭하는 큐라소(Curaçao) 계열의 비터 오렌지 증류주와 꼬냑을 섞은 리큐어, 알콜 도수는 40도. 여자들이 좋아하는 칵테일 '코스모폴리탄'에 들어가는 오렌지 껍질로 만든 '트리플 쎅 (Triple Sec)'과 종종 비교되곤 하지만 트리플 쎅은 무색의 일반 리큐어에 오렌지 증류주를 섞은 것이고, 그랑 마니에르는 고급지게 꼬냑을 활용해서 밝은 호박색을 띤다.     

마니에르, 마르니에, 헷갈리는 이 이름은 1880년 그랑 마니에르를 만든 인물, 루이-알렉산드르 마니에르-라포스톨 (Louis-Alexandre MARNIER-LAPOSTOLLE 본인 이름도 심하게 길다)의 성에서 나왔다. 파리의 유서 깊은 특급 호텔 리츠(Ritz, 리츠 칼튼 아니고 파리 리츠 호텔)의 창립자가 이 술을 마셔본 후 이렇게 위대한 술에는 위대한 이름이 붙어야 한다며 '마니에르' 앞에 '위대한, 장대한'의 뜻을 가진 '그랑'을 더해 즉석에서 네이밍 해준 것이라고. 그랑 마니에르를 넣어 만든 클래식한 프렌치 수플레 '수플레 오 그랑 마니에르 (Soufflé au Grand Marnier)' 역시 모던 프랑스 요리를 창시한 인물로 평가되는 리츠 호텔 최초의 수석 세프 오규스트 에스코피에(Auguste Escoffier)가 발명했다.   

이렇게 헤밍웨이부터 코코 샤넬을 포함한 저명한 인사들이 다녀간 럭셔리 호텔의 대명사 리츠와의 인연이 유독 깊은 이유는 당시 오렌지가 누렸던 위상과 연관이 있다. 지금이야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손이 잘 안 가는 과일이지만 19세기 당시의 오렌지는 귀족 가문의 크리스마스 디너 같은 특별한 자리에서나 겨우 알현할 수 있던 귀하신 몸이었다. 이 고급진 이국적인 과일을, 그것도 카라이브 현지에서 공수해서 역시 고급진 술 꼬냑에 넣어 만든 리큐어라니. 이 정도면 최고급 5성급 호텔 중에서도 가장 탑급으로 통하는 리츠에서 열광했을 만도 하다. 이렇게 프랑스의 미식 역사와 오랜 인연을 가졌지만 2016년, 이탈리아의 주류회사 캄파리 (Campari) 그룹이 거금을 주고 인수해갔다.      
 
매년 약 천 백만 병의 그랑 마니에르 생산을 위해 꼬냑 4백 50만 리터를 사들이면서 총 생산량의 1/5를 혼자 차지하는 '큰손'이며, 8천 톤의 비터 오렌지는 하이티 현지에서 수확되고 증류되어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랑 마니에르 종류

그랑 마니에르 꼬르동 루즈 (Grand Marnier Cordon Rouge) :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꼬르동 루즈, 즉 빨간 리본이 장식된 그랑 마니에르. 참나무로 만들어진 통에서 몇 개월간 숙성되는 1880년에 만들어진 오리지널 버전으로 비터 오렌지향이 꼬냑이 가진 너트류의 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랑 마니에르 꼬르동 존느 (Grand Marnier Cordon Jaune) : 비터 오렌지가 아닌 달콤한 맛이 강한 오렌지로 만든, 노란 리본이 둘린 매력적인 제품이었지만 캄파리 그룹으로 인수되면서 단종. 

이외 창시자의 이름을 딴 '루이-알렉산드르', 100주년 기념 '100' , 창립 연도를 기념한 '1880'와 '깡테쌍스(Quintessence)', 4가지 종류로 이루어진 고급 라인 '퀴베(Cuvée)' 컬렉션이 있다.    

그랑 마니에르 가격대

그랑 마니에르 꼬르동 루즈 700 ml 기준, 프랑스 약 25 - 30유로 (3만 3천 원 - 4만 원 선), 한국 할인가 5만 원 후반대부터.  

칵테일 B-52, 그랑 마니에르 초콜렛 무스

그랑 마니에르 마시는 법, 칵테일, 요리 활용법 

꼬냑 잔에 스트레이트로 혹은 얼음을 넣고 온 더 락으로 즐겨도 좋지만, 칵테일이나 요리, 디저트에 더 자주 활용된다.

칵테일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에 트리플 섹 대신 보드카 4 : 그랑 마니에르 2 : 크렌베리 주스 2 : 레몬 주스 1 비율로 쉐이커에 섞으면 훨씬 고급진 맛이 난다.

폭격기처럼 강력한 맛을 작은 한 잔 속에 켜켜이 담아낸 '슈터(shooter)' 계열의, 아예 폭격기 이름을 가져다 붙인 칵테일 B-52 역시 그랑 마니에르를 대표하는 칵테일. 깔루아, 베일리스, 그랑 마니에르를 1:1:1 비율로 순서대로 올려주면 된다.

마가리타의 업그레이드 버전 '그랑 마가리타(Grand Margarita)'은 코스모폴리탄처럼 트리플 섹 대신 그랑 마니에르를 넣어서 만든다.    

요리에서는 수플레뿐 아니라 소고기를 재울 때나 해산물 플람베(flambée 조리 중에 센 알콜을 부어 불을 내면서 알콜을 날리는 요리 테크닉, 한마디로 '불쑈')에 주로 활용되며, 초콜렛 무스는 물론 아주 얇게 구워낸 크레페(crêpe, 프랑스 발음으로는 크레프)에 오렌지 소스를 올려낸 '크레프 수제트(crêpe suzette)'같은 다양한 디저트에서도 크게 한 몫한다. 

꼬냑에 대한 정보는 여기서 ! 

https://fastuces.tistory.com/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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