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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치즈의 이름이자 퐁듀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요리이기도 한 라클렛 (raclette), 더 맛있게, 전용 그릴이 없어도 일단 도전해보자 !
요리 말고 치즈 : 라클렛 (라끌렛, 라클레트) 치즈
스위스 발레 (Valais) 지방에서 우유로 만드는 치즈, 숙성 기간은 약 3개월-6개월. 구다 치즈같은 비가열 압착계의 너무 딱딱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식감을 가졌지만 녹여 먹는데 최적화된 민둥한 치즈라 생으로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모짜렐라 치즈도 울고 갈 만큼 잘 녹고, 맛은 적당히 짭짤하면서 구수하다. 녹일 때 살짝 청국장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도 표현하던데 딱 맞는 말. 냄새는 이래도 맛은 절대로 부담스럽지 않으니 걱정 노노.
스위스나 프랑스에는 이 발레 지방의 라클렛 치즈(fromage raclette) 뿐 아니라 일반 '라클렛용 치즈(fromage à raclette)'도 많이 존재한다. 덕분에 발레 현지에서 만들어진 라클렛 치즈를 원산지 통제 명칭 라벨로 보호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일반 라클렛 '용' 치즈 생산자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고 라벨 적용을 세분화하기도 했다. 화이트 와인을 넣어 시큼한 맛을 살린 버전부터 훈제하거나 향신료를 더한 다양한 종류가 나온다.
이름부터 라클렛 치즈라니 꼭 라클렛을 만들 때만 써야하는 건 절대로 아니고, 기분 좋게 녹는 특유의 성질을 활용해 햄버거나 그라탕을 만들 때 활용해도 아주 좋다.
치즈 말고 요리 : 라클렛 (라끌렛, 라클레트)
스위스 사람들은 아예 DNA 속에 치즈를 보면 바로 녹여 먹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장착하고 태어난 모양. 모닥불처럼 열기가 나오는 곳 근처에서 치즈를 녹여 먹는 라클렛의 전신격이 되는 요리는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왔다.치즈가 들어갈 미니 프라이팬과 그 위로는 야채나 고기 등을 구워 먹을 수 있는 그릴이 장착된 라클렛 전용 그릴이 소개되면서 스위스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야 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게 아주 익숙한 일이지만 그런 음식이 거의 없는 유럽에서 라클렛은 원하는 재료를 원하는 만큼 구워 먹는다는 액션 자체가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겨울에 즐기는 '소확행' 요리의 정석으로 통한다.
라클렛용 치즈 종류
한국에서도 위 사진에서처럼 라클렛 용으로 편하게 잘라진 채로 판매되는 슬라이스 치즈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굳이 라클렛용 치즈만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 라클렛의 매력은 바로 내가 원하는 재료를 마음대로 녹이고 구워 먹는 것. 라클렛용 치즈가 있다면 가장 스위스스러운 맛을 즐길 수 있지만, 에멘탈이나 그뤼에르, 체다 치즈뿐 아니라 모짜렐라나 블루치즈를 활용해도 괜찮고, 의외로 베이이벨 치즈도 열일해낸다. 대신 너무 얇은 치즈는 긁어내기 힘드니 일반 슬라이스 치즈를 활용하기에는 아쉬워지니 어떤 치즈를 선택하든 살짝 두툼하게 잘라서 사용할 것 !
치즈 이외 재료
메인 재료인 치즈를 제외한 스위스 라클렛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는 껍질 채로 익힌 통감자, 각종 햄 그리고 오이피클.
감자는 살짝 단단한 몸집을 가진 녀석으로 골라서 쪄내든 삶든 너무 푹 익히지 않고 위 사진처럼 반으로 잘라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딱 익혀야 맛있다. 여기에 얇게 썬 버섯이나 단호박 같은 구워 먹기 좋은 야채를 더해도 좋고, 래디쉬 무나 콜리플라워, 브로콜리를 한입 크기로 썰어서 곁들이면 감자와 치즈의 부드러운 조합에 아삭아삭한 기분 좋은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와인 식초 한 큰 술 + 머스타드 한 작은 술 + 소금, 후추 약간 + 올리브 오일 3 큰술을 섞은 프렌치 소스 '비네그레트'에 파프리카 가루나 고춧가루를 작은 술 반 분량 넣어 살짝 매콤하게 만든 드레싱을 올린 그린 샐러드 역시 강추하는 동반 아이템.
와인 페어링 옵션으로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 혹은 줄리에나 보졸레 줄리에나(Julienas) 같은 풍부한 과일향의 레드 와인을 추천하지만, 리슬링, 피노 블랑 계열의 화이트 와인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라클렛 그릴이 없을 때
매일 쓸 것도 아닌데 몇 번 먹겠다고 라클렛 그릴을 덜컥 사기에는 망설여질 때, 고기 구워 먹을 때 쓰는 가정용 버너와 미니 후라이팬을 동원하거나, 미니 오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활용해보자. 라클렛 그릴보다 번거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릴은 이렇게 먼저 먹어보고 너무 만족했다면 그때 구입해도 늦지 않다 !
아이들에게는 간식으로 작은 볼에 감자와 햄을 넣고 껍질을 벗긴 베이비벨 치즈를 반으로 잘라 올린 다음 전자렌지에 치즈가 녹을 때까지 돌려낸 미니 라클렛 포션을 만들어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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