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타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탈리아 지인이 알려준 초간단 레몬 마스카포네 무스.
한국에서는 '임산부 캔디'라고 알려졌다는, 이탈리아 포지타노에서 생산되는 '페를레 디 솔레(Perle di Sole)' 레몬 사탕.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한국에서는 이 사탕이 이제 올리브 영에서도 판매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너무 오랜만에, 갑자기, 너무 먹고 싶어 졌다.
공식적으로 파리는 여전히 봉쇄 중, 하지만 필수품 구입을 이유로 외출하는 건 가능. 이 레몬 사탕이 필수품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래도 이거 사겠다고 동네 이탈리아 식품점을 세 군데나 돌아다녔다. 결과는 완패. 이탈리아에서 훨씬 먼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레몬 사탕을 파리에서 구입하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임신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 사탕에 미친 듯이 집착하게 된 나머지, 이탈리아 지인에게 전화까지 했다. 지금은 남편과 파마산 치즈와 햄의 본고장 파르마에 살고 있는 여인이지만 포지타노에서 태어났고 친정 부모님은 여전히 그곳에 계신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길래 그리 맛있는 거냐고 물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거 안 먹고 자라서 모른다는 허무한 답변이 돌아왔다 -_-;; 그래도 다행히 엄마가 시장에서 사 온 포지타노 레몬으로 일요일 점심에 만들어주던 디저트라며 이 초간단 레시피를 소개해줬다.
너무 쉬워서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는 5분 만에 완성되는 초간단 디저트여도 노력 대비 맛은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물론 이걸로 포지타노 레몬 사탕을 위한 욕망이 없어지지는 않았고, 레몬의 본고장 포지타노의 신선한 레몬으로 그녀 엄마가 만들어준 그 맛에 비할 바는 아니였겠지만, 그럼에도 레몬의 상큼함과 마스카포네의 부드러움을 솔직하게 느껴볼 수 있는 이 레시피 덕분에 나름의 기분 전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럼 이 초간단 레몬 마스카포네 크림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코로나 폭탄으로 포지타노는커녕 집 밖으로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올해, 따사로운 어딘가에서 쨍쨍한 햇살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란 레몬이 가져다주는 상콤한 위안을 느껴보는 건 상상보다 훨씬 유쾌한 경험이 되어주니까.
레시피 주인에게 문자로 실시간 보고하면서 막 찍은 저퀄 사진 주의
레몬 마스카포네 크림
재료
2 인분 기준
마스카포네 치즈 200 g
설탕 30 g
그릭 요거트 150 g
이탈리아 어머님의 오리지널 버젼은 크림, 하지만 너무 리치해지니 그릭 요거트를 사용하면 된다고
레몬 한 개
제스트와 즙을 함께 사용할 예정이니 가능하면 유기농으로 !
만드는 법 이랄 것도 없다
1. 볼에 마스카포네 치즈와 분량의 설탕을 넣는다.
꿀 같은 특유의 향이 있는 달달이들은 비추, 기왕이면 그냥 설탕을, 그것도 까끌까끌한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을 더해줄 수 있는 굵은 입자 설탕을 사용하는 게 좋다. 설탕 양은 원하는 대로 가감 조절 가능이지만 설탕이 너무 안 들어가도 아쉽다. 너무 달아도 싫다면 일단 반만 넣었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에 따라 설탕을 추가해주는 것도 굿.
2. 깨끗이 씻은 레몬을 강판에 갈아 제스트로 만든 후 마스카포네 치즈 위에 뿌려준다.
껍질을 먹어야 하니 유기농 레몬이라도 베이킹파우더로 다시 한번 닦아주는 게 좋다. 레몬 제스트는 껍질의 하얀 부분이 함께 들어가면 쓴 맛이 강해지니 노란 부분만 조심조심 갈아낼 것 ! 레몬 하나의 껍질을 모조리 다 갈아주는 정도면 좋다고 했음에도 그냥 중간에 하다 말았다가 나중에 후회했다.
3. 레몬을 반으로 잘라 반만 즙을 내서 넣어준다.
4. 그릭 요거트까지 넣고 잘 섞어준다.
마스카포네 치즈가 뻑뻑해서 생각보다 잘 섞이지는 않지만 끈기를 가지고 화이팅 !
5. 서빙 볼에 담아 레몬 조각과 제스트로 장식하면 완성 !
제스트는 저 허술한 사진보다 많이 올려주고, 티라미수 만들 때처럼 핑거 쿠키나 계란 과자를 부셔서 바닥에 깔고 설탕과 섞은 레몬즙을 뿌려준 후 크림을 올려주는 것으로 살짝 업그레이드해주면 더 좋을 듯. 바로 먹어도 좋지만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휴지시키고 먹으면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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