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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 브랜드

라브르베르, 까탈스러운 프렌치들까지 만족시킨 친환경 세제

by stanojeka 2020. 12. 2.

한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친환경 세제 브랜드 라브르베르, 10년 넘게 사용해온 파리지엔의 솔직 리뷰. 

 

라브르베르, 프랑스 친환경 세제 

2000년대 중반부터 파리 시내 마트에서 슬슬 보이기 시작한 라브르베르 주방 세제. 초록 나무를 뜻하는 이름처럼 아주 세련되지는 않은 초록색 나무가 그려진 이 듣보잡 브랜드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기업 제품들에 당당히 맞서는 친환경 세제의 상징이 됐다. 코스트코, 현대, 신세계 백화점 등이나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온 착한 세제 라브르베르 평. 

 

라브르베르 친환경 세탁 세제, 출처 본사 사이트  

라브르베르 L'ARBRE VERT        

남프랑스 마르세이유 근처에 자리한 카바이옹(Cavaillo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친환경 세제 브랜드. 오염된 물을 처리하는 전문 엔지니어로 재직했던 미셀 루티 (Michel Leuthy)가 폐업한 친환경 스프레이 제품 공장과 덕분에 실직자가 된 60여 명의 직원들을 인수해 새롭게 론칭했다.

유럽 친환경 인증 에코라벨(Ecolabel)를 최초로 받아낸 라브르베르 주방 세제가 소개된 것은 2003년. 유니레버같은 쟁쟁한 다국적 기업의 제품 사이에서 초짜 라브르베르가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건 천연 향료와 순한 성분만을 사용해 만든 세제의 진솔한 제품력 덕분이었다.

주방 세제의 눈부신 활약으로 세탁, 청소 세제뿐 아니라 목욕 용품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했으며, 친환경 주방 세제로는 프랑스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라브르베르의 성공은 다른 브랜드들에게도 친환경 세제를 개발하게 하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초록 나무와 너무 비슷한, 초록 집이 그려진 '초록 집(Maison verte)'이라는 유사 브랜드도 생겨나서 우리 남편같은 어리숙한 분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집 세제 총출동  : 다목적 청소, 주방, 세탁, 화장실 세제, 모조리 라브르베르
그리고 신랑이 대충 보고 잘못 사온 초록 나무말고 초록집 -_-;; 

 

라브르베르, 쓸데없는 사담 몇 마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5년 전쯤, 마트에서 버릇처럼 고르던 다국적 기업 브랜드 주방 세제 옆에 놓여있던 썰렁해 보이는 라브르베르 제품이 그냥 불쌍해 보여서 한 번 사봤다가 고정 고객이 됐다.

요란한 프로모션이나 광고 캠페인을 한 것도 아니면서 프랑스에서 라브르베르 주방 세제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게 된 걸 보면, 이 듣보잡은 뭐지라는 심정으로 한 번 집었다가 반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라브르 코리아 사장님 역시 본인이 써보고 너무 좋아서 한국으로 들여가게 됐다고. 

지금보다도 더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을 때 였음에도 라브르베르 주방 세제를 계속 쓰게 된 이유는 정말 제품이 좋았기 때문이다. 계면 활성제가 좋지 않다는 건 알아도 거품이 잘 안 나오면 제대로 안 닦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촌스런 사람이지만, 이 제품은 거품도 잘 나는데 헹굴 때 미끌거리지 않았다. 익숙하게 써오던 인공 과일향이 나던 초록색 세제와 달리 색깔도 향기도 따로 없는 제품이었지만 고무장갑 없이 설거지해도 손에 부담도 안 가서 더더욱 만족. 

주방 세제가 워낙 좋았어서 새로운 제품이 나오는 순서대로 족족이 세탁 세제, 청소 세제까지 싹 라브르베르로 갈아탄 지 한참 됐다. 이제는 라브르베르의 순한 성분들에 너무 적응이 됐는지, 여행지 등에서 가끔 다른 세제로 설거지를 해야 하는 때가 오면 전에는 익숙하게 썼던 특유의 인공스러운 향기와 색깔에 무덤덤한 성격임에도 오만 까탈스러운 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라브르베르 덕후가 되었어도, 대신 목욕 제품 라인은 '라브르베르=세제' 이미지가 너무 커서 아직까지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오랫동안 믿고 사온 라브르베르이니, 언젠가는 꼭 도전해볼테다.

라브르베르, 사용 제품 리뷰 

라브르베르 주방 세제 : 일반 주방 세제에 물을 살짝 탄 것처럼 묽은 제형, 생각보다 거품도 잘 나고 뭣보다 굉장히 뽀득뽀득 잘 헹궈져서 덩달아 깨끗해지는 기분이 든다. 아무리 잘 헹궈도 미끌 미끌한 감이 남아있는 그릇으로 남아있는 세제를 같이 먹는 건가 하는 걱정도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제품은 로즈마리향인데 천연 향이라 그런지 그냥 날듯 말 듯 하는 정도. 고무장갑 없이 사용해도 손이 상하는 느낌이 없는 것도 진짜 만족한다. 식기 세척기 세제도 역시 미끄덩거리는 느낌이 없는 라브르베르 제품을 좋아라하면서 썼으나, 식기 세척기 자체를 잘 안 쓰다 보니 떨어진지 좀 됐다. 

라브르베르 청소 세제 : 물 같은 제형의 다목적 세제는 말 그대로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오만군데 다목적으로 사용 중. 수세미에 조금 묻혀서 쓱쓱 닦아주면 거품이 살짝 나면서 웬만한 때는 싹 지워진다. 이것도 로즈마리 향으로 사용 중인데 향은 역시 심하게 은은한 편이지만 알 수 없는 화학 약품의 독한 냄새가 아니라 만족.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 성분으로 지목되었던 CMIT, MIT 도 당연히 없고, 맨손으로 써도 괜찮을 만큼 순한데 그냥 물같이 생긴 녀석이 세정력은 진짜 막강하다. 다만 1 리터 들이 병을 샀더니 뚜껑이 너무 훵해서 한 번 쓸 때마다 양 조절이 안돼서 불편하다. 다음에는 다시 스프레이로 넘어갈 예정. 

라브르베르 화장실 청소 세제 : 솔을 아래 위로 움직여주면서 변기에 고여있는 물 높이를 어느 정도 낮춰준 상태에서 변기에 뿌려놓고 10분 정도 후에 다시 솔로 닦아주기만 하면 깔끔한 화장실로 만들어주는 똘똘한 세제. 석회질 가득한 프랑스 물의 공격에도 침전물 없는 깨끗함을 유지시켜준다. 이것 마저도 로즈마리 향인데, 다른 제품은 몰라도 화장실 청소 세제는 향이 조금 더 강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라브르베르 세탁 세제 : 아이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이건 다른 세제들에 비해 탁월하게 좋다는 생각은 솔직히 들지 않는다.  세제들을 모조라 이 브랜드를 쓰다 보니 이것도 버릇처럼 사게 되는 듯. 하지만 라브르베르의 다른 제품들이 워낙 만족스러웠으니, 식물에서 추출한 순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라 세제 잔유물이 남지 않는다는 말이 그냥 내뱉는 광고 문구가 아니라는 건 믿는다. 용기도 자연 분해되고 자연과 우리 몸에도 좋은 제품이라니 앞으로도 쭉 쓰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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