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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주류

꼬냑 종류, 가격, 올바른 잔 선택, 마시는 법 : 알고 마시는 프랑스 꼬냑

by stanojeka 2020. 12. 19.

프랑스 꼬냑 지방에서 와인으로 만드는 블랜디 꼬냑,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히 멋지게 즐길 수 있다 ! 

© DalGobboM¿!i?,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꼬냑 (Cognac)

프랑스 보르도 북쪽에 자리한 꼬냑 지방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만든 블랜디.

두 번 증류시킨 화이트 와인을 오크통에 넣고 최소 2년의 숙성 기간을 거쳐 얻어낸 오드비(eau de vie, '생명의 물', 증류된 술)를 블랜딩해서 완성한다. 샴페인처럼 꼬냑 지방 현지에서 만들어야 꼬냑으로 불릴 수 있으며 원산지 품질 인증 AOC 레벨로 관리된다. 알콜 도수는 40도.  
  
16세기 무렵 알콜 도수가 낮아서 보관이 쉽지 않았던 꼬냑산 와인은 증류된 채로 다른 유럽 국가들로 수출됐다. 이동하는 동안 손상 위험도 줄이고 어짜피 훌륭한 와인도 아니였어서 농축된 형태로 물에 타 먹는 용으로 만들어졌던 것. 하지만 이 독특한 와인은 네덜란드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꼬냑의 역사도 이때 시작됐다. 당시 꼬냑 와인을 부르던 네덜란스어 이름 '브란드베인(bradewijn (branden 태우다 wijn 와인))'이 변형되어 과일을 발효한 양주를 뜻하는 브랜디(brandy)가 된 것이다. 

증류 과정에서 농축되는 탓에 1 리터의 꼬냑을 만들기 위해서는 9리터의 와인이 필요하고 숙성 과정에서도 매년 약 2%가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농도과 향, 색깔이 진해진다. 이렇게 증발되는 분량은 'la part des anges, 천사들의 분량'이라고 불리는데, 이름은 이렇게 시적이여도 공기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주변에 검은 자국을 남긴다. 꼬냑 증류소 건물이 검은색으로 변한 벽을 가지고 있다면 주범은 바로 숙성 중인 꼬냑을 마신 천사들. 
   
기네스북에 등제된 가장 비싼 술은 헨리 4세 두도뇽 헤리티지 꼬냑(Henri IV Dodognon Heritage Cognac). 100년간 숙성한 꼬냑 원액이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말 그대로 금은보화 같은 병에 담겨있다. 가격은 무려 22억 원 !  

고급술로 국제적인 명성이 자자하지만 정작 프랑스에서는 많이 소비되지 않는다. 종종 등장하는 '잘 나가는 꼬냑이 프랑스인들에게서 외면받는 이유'같은 기사에 의하면 프렌치들은 꼬냑의 올드한 이미지 때문에 위스키를 선호한다고. 

꼬냑 등급

VS (Very Special 혹은 ***) : 최소 2년 숙성

VSOP (Very Special Old Pale) : 최소 4년 숙성, Pale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 꼬냑 원액을 뜻한다. 19세기 초, 영국 왕실의 꼬냑 원액 특별 주문과 함께 생겨난 등급    

XO (Extra Old) : 최소 6년 숙성 기준이었다가 2018년부터 10년으로 상향 조정

Napoleon Vieille Reserve : VSOP나 XO 카테고리를 섞어 블랜딩한 꼬냑

Extra / Hors d'Âge : XO 카테고리보다 더 오래 숙성한 꼬냑

Heritage : 40년 이상 숙성

샴페인이나 와인과 달리 꼬냑의 등급에 영어로 표기되는 이유는 등급제가 완성될 당시의 주고객층이 영국인이였기 때문.   

꼬냑이 숙성되는 오크통 © katdaned

꼬냑 종류, 가격대 

레미 마르탱 (Remy Martin)
1724년 설립된 꼬냑 브랜드. 처칠이 가장 사랑한 꼬냑 하우스이자 소설 밀레니엄을 포함한 많은 영화나 노래에 등장한 꼬냑계의 상징적인 이름이다.

레미 마르탱 Remy Martin VSOP 700 ml : 7 - 8 만원, 프랑스 약 35유로( 약 4만 8천 원 ) 

까뮈 (Camus) 
1863년 까뮈 가문에서 설립해 5대째 운영하고 있는 꼬냑 하우스. 다국적 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채 가문의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이어간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꼬냑 브랜드.  

까뮈 보르더리 Camus borderies VSOP 700 ml : 9 만원대, 프랑스 약 45유로( 약 6만 원 ) 
 
꾸부와제 (Courvoisier)
1835년에 생겨난 꼬냑 브랜드로 나폴레옹 3세가 직접 '왕실 공식 꼬냑'으로 칭했던 과거 덕분에 '나폴레옹의 꼬냑'으로 불린다. 지금은 일본 주류 회사에 소속되어있다.     

꾸부와제 Courvoisier VSOP 700 ml : 8- 9 만원, 프랑스 약 30유로( 약 4만 원 선 ) 

헤네시 (Hennessy)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루이뷔통 그룹 소속 꼬냑 하우스. 1765년 아일랜드 출신의 리차드 헤네시(Richard Hennessy)가 설립했다.

헤네시 Hennessy VSOP 700 ml : 8 만원 후반 - 10 만원 초반, 프랑스 약 50유로( 약 6만 7천 원) 

마르텔 (Martell)
영국인 잔 마르텔(Jean Martell)이 1715년 설립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꼬냑 브랜드. 영국을 통해 전 세계에 꼬냑을 알리는데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텔 Martell VSOP 700 ml : 8 만원대, 프랑스 약 35유로( 약 4만 8천 원 ) 

© cyclonebill via Flickr 

꼬냑 잔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튤립 모양의 몸통 : 꼬냑의 향을 조화롭게 퍼트리는 역할.
짧은 다리 : 손의 온기로 꼬냑을 살짝 데워서 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손바닥으로 하단을 쉽게 잡을 수 있게 해준다. 

꼬냑 마시는 법

따르자마자 화끈하게 바로 원샷하면 안된다. 시각, 후각, 미각 순서로 천천히 즐기는 규칙을 지킨다면 꼬냑이라는 이 매력적인 술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면서 즐길 수 있다.  

1. 30%정도 채운다는 느낌으로 잔에 따라서 셋째, 넷째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넣고 손바닥으로 하단을 감싸면서 쥐어준다. 체온으로 꼬냑을 데워주면 특유의 향이 한결 좋아진다.   

2. 잔을 천천히 돌리면서 색깔, 투명성, 질감을 감상한다. 무직한 질감이라 잔을 돌리면 벽에 부딪히면서 천천히 흘러내리는데, 이 현상을 '꼬냑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3. 잔을 꼬끝으로 가져가 향을 맡는다. 가장 먼저 올라오는 휘발성이 강한 향을 느낀 다음, 천천히 잔을 돌려서 꼬냑이 충분히 공기와 접촉할 수 있게 해 준 후 다시 향을 맡는다. 이 두 번째 시향에서 은은한 꽃과 과일향을 느낄 수 있다. 

4. 한 모금 정도 입에 넣은 후, 씹는 시늉을 하듯이 입 안에서 꼬냑을 움직여주면서 천천히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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