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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뜬금포 골절 일기

발목골절수술후기 1

by stanojeka 2020. 11. 16.

코로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던 올해, 발목 골절까지 당했다. 갑자기 깁스 환자가 되어 집안에 갇혀있던 시간 동안 이 험한 꼴을 먼저 당하신 분들이 남겨주신 후기를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 부족한 경험도 혹시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뜬금없는 발목골절수술후기를 남긴다.

 

어서와, 골절은 처음이지? 

코로나가 대수냐, 역병은 창궐해도 여름 바캉스는 포기할  없다던 처음에는 결코 이해할  없던 프랑스 사람들의 분위기에 우리도 홀렸던 모양이다. 어느새 신랑과 나도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대신 아무래도 너무 멀리는 말고 파리에서 1시간  정도 떨어 노르망디의 조용한 시골에서  열흘 정도 있다 오기로 했다.

 

장소도 날씨도 아주 좋았다. 이 사단이 나기 전까지는,  

 

그리고 신선 놀음  3일만에 평소에는  타지도 않는 자전거에 오르려다가 그대로 꼬꾸라졌다.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넘어진 것도, 미친듯이 아픈 것도 아니여서 바로 일어서려는데 왼쪽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다리를 일자로 뻗고 있는데도 발은 왼쪽으로 45 돌아  나만의 길을 가고 계셨다. ‘경악을 금치 못할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럴  쓰라고 만들어진 거였다

 

군더더기 없이 투박하게 생긴 프랑스 구급차. 여기 생활 23년 만에 처음 타봤다.  

 

언제나 느려 터진 행정력을 자랑하는 나라임에도, 훈남 구급 대원 3명을 태운 구급차는 빛의 속도로 도착했다. 왼쪽 발이 돌아가 있는 방향 그대로 기를 주입해 고정하는 부목으로 응급 처치를 받고 빨간 구급차를 실렸다. 제일 가까우면서도 정형 외과 의사가 상주한 종합 병원이 어디인지 확인한 구급 대원들이 얼떨결에 응급 환자의 탈을  나는 물론, 코로나 때문에 병원 출입이 안될  알았던 신랑까지 챙겨서  이렇게 허술하게 굴다가  개월  하루 확진자 5만명을 찍으며 유럽 최대 감염국으로 등극했다  - 응급실로 출발했다.

 

초짜 TIP 1 발목 골절이나 인대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가능하면 다친 부위의 움직임을 최소화 상태에서 구급차를 불러서 병원으로 이송시키는  좋다. 응급 처치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환자를 부축하다가 잘못된 움직임이 일어나면 손상된 뼈가 피부같은 내부 조직에 2 손상을 입힐 위험이 있다. 구급 대원이 도착해서 제일 먼저 부목 처치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부목이 생필품도 아닌데 그런  없다면, 우산이나  빗자루 막대기와 수건이라도 활용해서 의료진을 만날 때까지 고정해두는  중요하다. 손가락 골절에는 나무젓가락을 활용해도 되겠지만, 어떤 부위의 골절이든 부목을 고정하면서 혈액 순환을 막을 정도로 세게 조여두면 안된다.    

 

초짜 TIP 2 혹시 골절된 뼈로 인해 피부가 상해서 출혈이 있다면 부목을 대기 전에 먼저 상처 부위를 솜같은 푸실푸실한 재질말고 깨끗한 거즈 등으로 덮어두면 좋다. 이렇게 뼈가 외부로 나온 개방성 골절 경우에는 감염의 위험도  높아지니 무리해서 소독하려하지 말고 그냥 재빠르게 구조 요청을  .  

 

초짜 TIP 3 골절이 의심되는 부상을 당한 순간부터는 그럴 정신도 없겠지만, 음식이나 다량의 음료 섭취는 피하는  추천한다골절의 심각도에 따라 응급실에 실려가자마자 바로 수술을 하게  수도 있는데, 혹시 모를 마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위를 최대한 비우는게 좋.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소도시 에브르(Evreux)의 종합 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후, 1시간 정도 기다려서 엑스레이 검사를 받았다. 왼발 꼬라지와 얼빠진 내 얼굴을  간호사가 알아서 챙겨준 진통제가 막강한건지 현실 적응을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왼쪽 발목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얼얼함만 빼면 심한 통증은 다행히 없었다. 그래서 사실 골절이나 수술같은  아예 1 머릿 속에 없이, 저기 혼자 돌아가 계신 왼발 방향만 맞추면 여기서 걸어 나가겠거니 생각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응급실 인턴이 드디어  앞에 섰다.      

 

초짜 TIP 4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게 만들꺼면 뭐하러 사이렌까지 키고  난리를 피우며 빨리 도착했나 싶었는데, 응급실에서 환자를 처치하는 순서는 선착순이 아닌 의학적 위급의 정도.  프랑스와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적용되는 법칙이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늦게 도착한 환자를 먼저 챙기는 의료진을 엄하게 속으로 원망했던 나같은 어리석은 사람이 혹시  생길까봐 적어둔다.    

 

발목골절수술후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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