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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뜬금포 골절 일기

비골 골절 수술, 통깁스VS반깁스, 골진 나오는 시기 : 발목골절수술후기 5

by stanojeka 2020. 12. 20.

비골 골절 수술, 통깁스 ? 반깁스? 골진은 언제 나와서 언제 걸을 수 있는거지 ? 

 

바보 같은 자전거 사고로 비골 골절을 당한 후 처음에는 비수술로 일주일간 통깁스를 했었다. 하지만 이후 검진에서 골절 부위가 움직인 것이 확인되어 결국 수술을 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45일간의 반깁스 + 목발 생활이 지나고 2개월 반이 흐른 지금, 아직 예전과 똑같지는 않아도 잘 걸어 다닌다 ! 

 

 

 

수술전 엑스레이

발목 비골 골절 수술, 시간      

웬만하면 수술을 권하는 발목 관절면 위로 부러진 골절인데다가 비수술 치료를 시도해보려고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통깁스를 하고 지낸 일주일 동안 조심했는데도 골절 부위가 어긋나서 수술 확정. 

프랑스 국립 병원의 황당한 시스템 덕분에 밤 12시에 수술실로 불려 갔다. 뼈에 플레이트 박는 드릴 소리를 듣게 되는 게 끔찍해서 척추 마취 옵션 말고 전신 마취를 택했다. 주사 한방에 바로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이미 수술이 끝나 있다는 점은 좋은데 대신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척추 부분 마취보다 훨씬 길다.

골절 부위에 플레이트 + 나사 6개를 박아 고정하는 수술 자체는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하지만 회복실에서 헤맨 시간이 길어서 총 4시간 후에 입원실로 돌아왔다.    

마취가 풀리는 순간부터 무통 주사를 맞아도 심하게 아프다는 비골 골절 수술 후기가 많아서 걱정했는데, 초음파로 종아리 신경의 위치를 확인하며 주사기로 마취제를 놓는 '말초 신경 차단술 (peripheral nerve block)'을 먼저 하고 전신 마취를 한 덕분에 수술 후 24시간 정도는 편하게 보냈다. 이후 마약성 진통제 트라마돌 > 일반 진통제로 단계를 낮춰서 일주일 정도 복용했고 너무 아파서 고생한 기억은 다행히 없다. 

한국에서는 골절 수술 이후 오래 입원 생활을 하시던데 프랑스는 큰 문제가 없으면 수술 다음날 바로 집으로 보낸다. 목발 생활을 하다 보면 계단 한 칸, 밀기 무거운 문 같은 사소한 것들이 엄청난 장애물이 된다. 그런 일상의 장애물들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공간이라 더 있고 싶었지만 바로 퇴출. 대신 모든 비용이 국가 보험 70% 사보험 30% 비율로 전액 처리되서 지불한 금액도 없다.    

 

 

 

반깁스 VS 통깁스

퇴원은 일찍 시키는 대신 수술 부위 드레싱과 혈전 방지 주사 투여를 해주는 간호사를 매일 집으로 보내준다. 깁스로 고정시켜둔 다리는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서 피가 뭉칠 수 있는데 이렇게 뭉친 혈전이 혈관을 막아버리면 위급 상황이 된다. 이걸 방지하기 위해서 피를 묽게 하는 주사를 매일 맞혀주는 것. 한국에서는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서 알아서 해주는 건지, 깁스 기간 내내 매일 맞는 주사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허벅지까지 고정된 통깁스보다는 무릎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반깁스가 편한 것은 당연한 일. 종아리가 가려우면 붕대 위로 어떻게든 긁어보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고 답답한 느낌도 덜한 반깁스가 그나마 통깁스보다는 편한 것도 맞다. 대신 다리의 반만 감싼 플라스틱 틀을 붕대로 고정해둔 형식인 반깁스의 안정감은 말 그대로 골절 부위 위에 철갑처럼 확실히 고정돼있던 통깁스보다 확연히 떨어지는 것도 사실. 붕대가 살짝 헐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간호사 없이 혼자 짱짱하게 감았다가 쥐가 나서 고생한 적도 있고 자다가 괜히 어디 부딪히는 거 아닌가 매일 밤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깁스 집는 법은 수술 후기 4편에서 언급했으니 패스.    

골진 나오는 시기 그리고 다시 걷기

골절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뼈를 붙게 해주는 골진이 과연 언제 나오냐는 것. 총 깁스 기간이 45일이라 그동안 골진이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프랑스 의사의 설명으로는 날아다니는 20대가 아닌 이상 45일 만에 골절선이 아예 보이지 않을 만큼 골진이 펑펑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깁스 기간 동안 골절 치료의 쥐약이라는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피했고 매일 유제품을 챙겨 먹는 정도의 노력을 했다. 의사가 처방해준 비타민 D, 마그네슘, 아연 이외에도 골절에 좋다는 홍화씨는 프랑스에서 구하기는 힘들어서 대신 아프리카 출신 지인이 추천해준 모링가 가루도 매일 먹었다. 이 중에서 뭐가 가장 효과적이었는지는 몰라도 반깁스를 푼 45일 차 엑스레이를 보면 골절선은 아직 선명하게 보이지만 플레이트 반대쪽으로 뿌연 회색 테두리로 보이는 골진도 같이 보인다.

골절선이 저렇게 보이는데 한 발짝 걸었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했지만 저 상태에서는 뼈에 자극을 줘야 골진이 더 잘 나온다고 했다. 당일 바로 재활 치료를 시작했고 이후 목발 2개 4족 보행 2 주 > 목발 1개 3족 보행 약 3 주 > 절뚝 걷기 2주를 거쳤다. 

발목 골절을 막 당하셨다면 이것 저것 검색을 해보셨을테고 '골절은 시간이 약'이라는 말도 이미 많이 보셨을 것이다. 당시에는 도덕책같은 전혀 도움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맞는 말이였다. 이러다 다시 걸을 수나 있는 건지 싶기도 했고, 남들보다 오래 목발 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필요한 건 정말 시간이였다. 깁스 생활이 괴로와도, 목발 집고 걸어다니는게 힘들어도 시간은 간다. 서서 샤워도 할 수 있고 양쪽 신발을 챙겨 신고 혼자 나갈 수 있는 감격스러운 평범한 일상은 꼭, 다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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