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뜬금포 골절 일기

비골골절, 탈구, 실화냐. 발목 골절 수술 후기 2편

by stanojeka 2020. 11. 16.

몸개그같았던 허무한 자전거 낙상으로 실려간 응급실, 비골골절과 탈구 진단을 받았다. 

 

엑스레이 결과, ‘탈구(Luxation)’와 왼편 바깥쪽 복숭아뼈 부근의 ‘비골 골절’이 확인됬다고 했다. 영어도 똑같이 쓰이는Luxation이라는 이 단어는 프랑스 생활 23년만에 처음 들었지만, 45도로 혼자 돌아서 제 갈 길 잘 가고 계시는 왼쪽 발처럼 뼈가 제자리를 이탈한 상태를 말하는 모양이였다. ‘비골(영어 fibula /불어 péroné)’도 처음 들었지만 뼈 이름이겠거니 했는데 맞았다.     

 

친절한 해골씨 

탈구 응급 처치는  해서   같으니, 응급실에서 바로 뼈를 맞추는 정복술(reduction) 해준다고 한다. 혼자서 열심히 널을뛰고 계신  왼발이 정신줄을 다시 붙잡게 된다니,  반가운 소식에 반색하느라 훨씬  심각한 비골 골절은 걱정도 안했다. 갑자기 응급 환자로 빙의하는동안 정신줄을 놓았던  왼발 뿐이 아니였던 모양이다. 멘붕의 서막은 정복술이 끝나면 바로 골절 수술에 들어가야한다는 말이 떨어진 순간 올랐다. 수술이라고 ? 레이싱 급으로 달리던 쌩쌩 자전거에서 구른 것도 아니고, 사고라기보다  개그같았던 자빠짐으로 발목 뼈가 돌아가면서 댕강 뿌러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황당한데 수술이라고 ?  

 

무릎까지 왼쪽으로 돌리고 있는 거 아님 ㅠ 

 

응급실에 들어선 순간 대기실로 보내진, 잊고 있던 신랑을 뒤늦게 찾았으나 일단 탈구부터 해결하잔다. 갑자기 응급 환자로 돌변하는 경황없는 틈을   나갔던 정신도 돌아왔다. 매우 무섭다. 

 

마취도 없이 응급 수술을 받는 주인공 얼굴이 클로즈 업되다가 막사의 고요한 전경이 비춰지며 고통스러운 외마디 비명이 들리는 흔한 전쟁 영화 장면이 떠올랐다. 하지만 코로나로 대찬 삽질은 하고 있어도, 프랑스는 그래도 좋은 나라다. 당연히 국소 마취 하에 정복술을 진행하니 걱정말라고 했다. 그날 대체 무슨 마취제를 맞았던건지는   없으나, 반수면 상태에서  60년대에 나온 사이키델릭  그룹의 앨범 자켓 속으로 들어간 듯한 환각을 체험했다.      

 

 The 13th Floor Elevators _ 이런 거 말이다.

초짜 Tip탈구 정복술 시행의 마취 여부는 프랑스가 좋아서가 아니라  병원의 정책이나 의사의 성향, 위급 상태에 따라 정해지는  하다. 한국과 프랑스 인터넷을 동시에 뒤져본 결과, 마취 없이 쌩으로 정복술을 당하신 분들의 후기도  많았다. 말그대로 죽음을 체험했다는 경험담이 대부분이니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 험한 날을 마주하신다면 마취 여부를  확인해보시고 혹시 한다면 애원이라도 해보시길 권한다.

 

환각 체험에서 현실로 돌아와보니 어디를 칼로  것도 아닌데 왼쪽 다리 전체가 붕대로 둘둘 감겨있다. 상당히 성의없이 감겨진 꼴을 보니 이걸 한 간호사도 도대체 왜 하라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한 것이 틀림없다. 여튼 왼발은 아주 얌전히 원위치로 복귀해 있다. 

 

돌아왔다 내 왼발 ! 

 

초짜Tip 3 발목  아니라 무릎, 어깨처럼 움직이는 관절에서는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무리한 운동으로 뼈가 비틀어지면서 생기는 탈구가 일어날  있다. 웬만해서는 정신줄을 쉽게 놓지 않는 뼈가 움직일 정도의 충격이라면,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관절,인대 등의 내부 조직에 손상을 입힐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 심지어 한번 발생하면 습관성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매사 미리 미리 조심하자.

 

초짜  Tip 4 골절은 몰라도 탈구는, 의료 지식 1 없이도 진단은 누구든   있다그냥 보면 보인다. 하지만 진단이 쉽다고 뼈를 맞추는 것까지 쉬운 것은 당연히 절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관절을 무리해서 움직이려고 하면   사단 나락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골절의 경우처럼 탈구 응급 처치의 기본은 의료진을 만날 때까지 일단 동원할  있는 부목으로 고정 두는 것이다.어깨가 탈골된 경우에는 스카프를 삼각건처럼 활용해 다친  팔꿈치를 L자로 꺽어 다치지 않은 쪽으로 매듭을 매어주면 좋고 이때 팔꿈치가 손끝보다 아래 쪽에 위치할  있도록 하자. 삼각건은 당연히 없고, 스카프도 없다면 벨트로 팔걸이를 만들어도 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