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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유럽 이야기/유럽산 먹거리 etc

세계 3대 진미 '푸아그라' 유래, 칼로리, 먹는 법

by stanojeka 2020. 12. 12.

트러플 (송로 버섯), 캐비어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통하는 거위 간 푸아그라, 누구냐 너 ? 

푸아그라 (foie gras)

푸아(foie) = 간 / 그라(gras) = 기름진, 말 그대로 '기름진 (거위 혹은 오리의) 간'이다.

자연스럽게 생긴 동물의 지방간이 아니라 동물에게 강제로 먹이를 먹이면서 이기적으로 얻어내는 식재료다 보니 동물 보호 단체의 격한 항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푸아그라 년간 소비량의 50%가 12월에 소비될 정도로 크리스마스나 연말 파티 테이블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메뉴다.

프랑스 국내에서도 비싼 가격에 팔린다. 소량의 물을 섞어 블록형으로 만든 가장 만만한 푸아그라가 kg 당 최소 40유로, 약 5만3천원선. 종이짝처럼 얇게 썬 푸와그라 몇 조각 달랑 넣은 샌드위치도 일반 샌드위치보다 두 배는 비싸진다.   

우리나라의 개고기 소비를 비난하는 프랑스에서 이렇게 잔인한 음식을 산해진미로 손꼽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 하지만 그나마 다행히 개고기를 먹는 문화에 반기를 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국의 푸아그라 사랑을 '나라 망신'이라고까지 표현한다. 2022년부터 뉴욕시에서 동물 보호 규정에 의해 푸아그라의 소비가 금지될 예정.  

거위에게 강제로 먹이를 주입하는 장면이 묘사된 고대 이집트 벽화 Public domain via wikipedia commons

푸아그라의 유래 - 재미있는 이야기들 

지금은 맛있는 거 먹겠다고 거위 목에 강제로 사료를 밀어넣는 이 비인간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프랑스만 신나게 욕을 먹고 있지만 사실 동물의 '가바쥬(gavage, '억지로 먹이다'라는 뜻의 동사 gaver 의 명사형)'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행해진 사육 방식이다.

철새 이동이 시작되기 직전에 포확된 새들이 유난히 맛도 좋고 영양분도 풍부했는데, 그 이유는 거위를 포함한 철새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기 전에 먹이를 최대한 많이 먹어두면서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 메커니즘을 이해한 이집트인들이 그때부터 거위에게 먹이를 과다하게 주입하기 시작한 것. 

다양한 라틴계 언어의 '간'의 어원 역시 이 거위의 지방간을 먹던 풍습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어 '푸아(foie)', 이탈리아어 '페가또 (fegato)', 포르투갈어 '피가도(fígado)'는 무화과를 먹여 불린 거위 간의 라틴어 이름 '피카툼(ficatum)'에서 파생된 것이다. 

프랑스에는 12세기경, 소, 돼지고기 기름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대신 거위 지방을 사용하던 유대인들에 의해 처음 들어왔다. 고급 요리로 알려지게 된 것은 프랑스 왕실에 푸아그라가 소개된 17세기 무렵부터다.   

연말을 맞아 파리에서 대대적으로 판매되는 푸아그라 

푸아그라 맛

남의 지방간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에 이미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도 있지만, 특유의 고기향 때문에 한국 입맛에 아주 잘 맞는 음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맛이나 보자는 심정으로 한 입 먹어보고 의외로 고소하다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주 많다. 

인터넷에 '아보카도를 기름없이 구워 먹으면 푸아그라 맛이 난다'는 문장이 있던데, 식감 자체가 아보카도와 굉장히 비슷한 건 맞다.     
동물성 지방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버터만큼 기름지고 버터만큼 고소한 이 '고기 맛 버터'를 나도 모르게 즐기게 될 수도 있다. 

푸아그라 영양 성분 

조리 후 통조림이나 유리병에 담겨 팔리는 푸아그라 100 g 기준 462 칼로리, 지방 44 g

이쯤이면 비싼 게 다행  그래도 명색이 간이니 철분도 풍부하고, 저 많은 지방 속에 몸에 좋은 단일 불포화 지방산도 풍부한 편이다. 

푸아그라 먹는 법 

살짝 구워먹는 생 푸아그라는 프랑스에서도 전문점에서나 볼 수 있으니 패스. 

프랑스에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푸아그라는 조각낸 푸아그라를 물과 함께 가열해낸 사진 속의 블록형. 토스트한 브리오슈 같은 달달한 빵에 스프레드처럼 발라서 무화과나 과일잼을 곁들여서 전식으로 먹는다. 망고나 포도 아니면 건과일 함께 먹어도 굿. 

훈제 오리 고기 슬라이스와 푸아그라 조각을 올린 페리고르(Périgord) 지방풍의 샐러드 역시 흔한 파리 레스토랑의 메뉴다.  

'세르비아의 이발사' 의 작곡가 로시니는 작곡뿐 아니라 미각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모양. 그가 즐겼다는 스테이크 + 푸아그라 + 송로 버섯 트리플 콤보는 '로시니 스테이크'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다만 한 요리에 세계 3대 진미 중의 2개가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은 범상치 않은 편. 송로 버섯 없이 스테이크 + 푸아그라만 서빙하는 경우도 많은데, 푸아그라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스테이크다. 

한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푸아그라는 화이트 엔젤스의 푸아그라 스프레드 라인 : 아직 직접 먹어보지 못해서 휘핑크림과 닭가슴살을 섞어서 만들었다는 푸아그라 맛이 어떨지, 사실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잔인한 사육 방식 없이 자란 우리나라 거위의 간과 푸아그라 특유의 비릿함을 줄인 레시피로 만들었다니 프랑스판 푸아그라를 접하기 전에 먼저 부담 없이 즐겨보기에는 훌륭한 옵션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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